개처럼 살아라. 김훈 <개>


개(내가난한발바닥의기록)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훈 (푸른숲,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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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개에 대한 관심이 생겨 도감을 찾아보니, 개의 시각과 청각, 후각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개가 느끼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것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삶의 뛰어난 원형질을 지닌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그 삶의 뛰어난 원형질을 지닌 개가 되어 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삶은 삶을 삶 자체로 느끼지 못합니다. 글자, 매체,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 사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우리의 삶을 차단합니다. 우리가 우리 몸으로 직접 개입하고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를 통해 우리에게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세상을 직접 느끼는 것을 집필 의도로 삼았었는데, 그게 잘 표현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 김훈, 독자와의 대화 中)



김훈의 개를 읽었다. 평소 그의  화려하고 장중한 미문과는 다르게 <개>는 소시민적인 내용과 비교적 단아하고 소박하게 읽히는 문장들이 였다. 
개라는 주체가 되어 글을 쓰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세상의 개들을 대신하여 짖겠다고 하니, 김훈이 얼마나 통찰력 깊은 작가인지 다시한번 증명하는 작품이다. 

개의 시각과 후각 청각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니  개가 느끼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것 이상일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했다고 한다.<개>를 통해 작가는 삶의 본질에 대해 찾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을 방해하는 문자, 매체들에서 벗어나 개처럼 세상을 사는 것, 개가되어 이세상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출발한 작품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인간과는 다르다. 온몸으로 개는 세상을 받아들인다.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세상을 느끼고 알아가는 것이 개의 공부이다.  그저 신바람 나게 세상을 살아가며, 계절이 바뀌면 냄새로 계절을 기억하고, 밟고 있는 흙과 돌에 부딪히고 뒹굴며 온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개발바닥의 굳은살은 세상을 몸으로 배워가는 개들의 흔적이다. 

주인공 보리는 영특하고 부지런한 개였다.  보리는  인간의 냄새를 사랑한다. 심지어 지독한 기름냄새일지언정 주인의 그 냄새를 사랑하려고 한다. 자신이 느끼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정작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이 보리는 안타깝다. 아마도 자신처럼 세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삶을 삶 자체로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닐까?
 
책에는 세상에 살아있는 생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보리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개로 태어나 낯설고 신비로운 세상을 네발로 뛰어다니며 나무와 숲, 강과 별 자연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 청각과 시각 후각 등으로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구체적으로 비유한 계절의 냄새들과 세상의 냄새들을 읽는 내내 보리와 같이 맡는 느낌이였다.

얼마 전 읽었던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박웅현은 ‘개처럼 살아라’ 라고 했었다. "개는 다음날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개는 순간에 집중한다. 거기에 답이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목표는 개처럼 사는 것이다. 한마디로 카르페디움, 현재를 즐겨라다"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개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개처럼 사랑하고 개처럼 삶을 느꼈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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